06-12
[전향력 원리] 북반구와 남반구, 변기 물이 반대로 흘러내려간다?

11기 국민참여 기자단 / 이찬석




왜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물이 흘러내려가는 방향이 반대라고 할까?

매일 접하는 변기, 세면대의 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직접 살펴보신 적이 있나요?
변기, 욕조, 혹은 세면대의 물은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작은 소용돌이에도 지구를 움직이는 흥미로운 과학이 숨어있답니다.
바로

'전향력'

이라는 힘인데요.
작게는 세면대부터 크게는 태풍까지, 전향력은 지구의 모든 소용돌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답니다.

전향력이란 무엇일까요?
전향력은 어떻게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오늘은 소용돌이에 담긴 기상과학, 전향력 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소용돌이 치며 내려가는 변기 물 / 사진 = ⓒ Nick Viviani( https://www.wibw.com/home/headlines/US-Atty-Suspect-tried-flushing-nearly-4000-in-drug-money-364993011.html )



⠀ 전향력이란?



북반구에서는 진행방향의 우측, 남반구에서는 진행방향의 좌측으로 작용하는 전향력
/ 사진 = ⓒ 신원문화사( 네이버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44104&cid=47340&categoryId=47340 ) )


‘코리올리 힘’ 또는 ‘편향력’이라고도 불리는 전향력은 자전에 의한 관성력을 설명하는 가상의 힘

입니다. 마치 무빙워크처럼 땅이 자전에 의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계속 유지하려는 것이죠. 북반구에서는 물체의 진행방향에 대해 오른쪽으로 작용하는 힘, 남반구에서는 진행방향의 왼쪽으로 작용하는 힘 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림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왼쪽 그림 상 북극에서 적도를 향해 물체를 던진다면 물체가 공중에 있는 동안 지구가 시계 반대방향으로 자전하여 원래 예상 지점보다 왼쪽에 낙하한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도에서 북극으로 던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같은 원리로 생각한다면 적도에서 북극으로 물체를 던져도 지구는 마찬가지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하고 물체는 예상 경로보다 왼쪽으로 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 것입니다. 하지만 물체는 오른쪽으로 휘게되죠. 이는 물체를 던진 적도 지점이 자전에 의해 이동하기 때문인데요, 혼란스러우시죠? 이는 전향력에 각운동량 보존법칙을 적용해보면 이러한 의문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피겨 스케이팅에 적용된 각운동량 보존법칙 / 사진 = ⓒ 천재학습백과( ZUM학습백과( http://study.zum.com/book/14832 ) )

각운동량 보존법칙이란, 질량이 변하지 않는 한 회전 반경이 커질수록 회전 속도는 줄어든다는 법칙

인데요.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스핀은 각운동량 보존 법칙을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선수가 팔을 벌리고 있을 때는 회전 속도가 느리지만 팔을 안으로 모으는 순간 회전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더 큰 원을 그릴수록 반경이 커지므로, 빠르게 회전하려면 반경을 좁혀야 하는 것 이죠.

*각운동량: 회전운동하는 물체의 운동량으로, 물체의 운동량과 물체와 회전축 사이의 거리를 곱한 값.(출처 : 두산백과)


⠀ 전향력이 소용돌이에 미치는 영향


구체에 가까운 지구에도 전향력을 이해하기 위해 각운동량 보존법칙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적도에서 북극으로 물체를 던졌던 앞선 예에서는 진행방향이 오른쪽으로 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각운동량 보존법칙을 적용해보면, 물체를 지구의 회전반경이 넓은 저위도 지역에서 회전반경이 0으로 줄어드는 북극으로 던졌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각운동량 보존법칙에 의해 저위도 지역에서는 회전 속도가 느리고, 고위도로 이동할수록 줄어드는 지구 반경(회전 반경)에 의해 회전 속도가 증가함을 알 수 있습니다.


회전 방향은 지구의 자전 방향인 시계 반대 방향(서에서 동으로)이므로 고위도로 갈수록 회전 속도(각속도)가 증가한다는 것은 물체의 이동 경로가 자전 방향인 우측(동)으로 편향한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북극에서 적도 지역으로 물체를 던진다면, 늘어나는 회전반경에 의해서 회전 속도는 줄어들어 지구의 자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힘이 작용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원리에 의하면 결국 전향력에 의해 북반구에서는 물체의 진행방향에 대해 오른쪽으로 힘을 받고, 남반구에서는 진행방향에 대해 왼쪽으로 힘을 받는다 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죠. 맨 처음에 가정하길 변기나 욕조, 세면대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방향에 전향력이 미친다고 생각하면, 배수구에서 먼 쪽에 위치한 물이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북반구 기준으로는 오른쪽으로 휘게 됩니다. 이를 배수구 중심을 기준으로 바라본다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빨려 들어오는 모습으로 보이게 되죠. 반면, 남반구에서는 배수구에서 먼 곳에 위치한 물이 중심으로 가면서 왼쪽으로 휘므로, 배수구 중심에서 바라보면 상대적으로 시계 방향으로 흘러내려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 변기나 욕조의 물에도 전향력이 작용할까?

물(유체)이 흘러가는 방향에 지구의 자전에 의한 전향력은 항상 영향을 미칩니다. 변기나 욕조의 물에도 전향력이 작용하는 것이죠.

다만, 물의 양이나 전향력을 받는 면적이 지구 대기현상의 규모에 비하면 현저히 적기 때문에, 변기나 욕조, 세면대의 물은 전향력에 의해 아주 미미한 영향

을 받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물이 흘러갈 때, 전향력보다는 배수구의 모양, 구조, 배수구 바깥의 변기, 욕조, 세면대의 구조에 의한 물리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로 인해 우리가 사는 북반구에서라도 시계 방향으로 물이 빠지는 변기가 있고, 남반구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물이 내려가는 변기도 있는 것이죠. 단, 이러한 구조적 영향을 최소화 한다면 물이 빠지는 모습에서 전향력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풀장에서 물이 빠지는 방향. 좌 : 북반구, 우 : 남반구 / 사진 = ⓒ Veritasium( https://www.youtube.com/channel/UCHnyfMqiRRG1u-2MsSQLbXA )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호주 시드니(남반구)와 미국 앨라배마 헌츠빌(북반구)에서 동일한 조건 아래 실험을 진행 했는데요. 두 지역 모두 각각 남위, 북위 35도 정도로 위도가 비슷하여 작용하는 전향력도 비슷하다는 조건까지 갖추며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물을 채우는 방향이 물이 빠질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여, 기대되는 물 빠짐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물을 채우고 24시간 기다린 후에, 배수관 아래에 연결된 밸브를 열어 물을 빼면서 물 빠짐 회전방향을 관찰하였습니다. 굴곡이 있는 변기, 욕조의 구조적 영향들을 최소화한 실험이 된 것이죠.

실험 결과, 실험의 1.5m 풀장에서는 전향력의 영향력이 구조적 영향보다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북반구에 위치한 풀장에서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물이 빠졌고, 남반구에 위치한 풀장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물이 빠졌기 때문이죠. 이처럼 구조의 영향을 최대한 제거한다면 전향력의 영향을 받아, 남반구에서는 우리와 반대 방향인 시계 방향으로 물이 빠진다는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향력을 주변에서 확인하기엔 한계가 있답니다. 대부분의 변기와 욕조는 실험의 풀장처럼 대칭적 구조가 아니고 굴곡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제품에 따라 물이 내려가는 방향이 결정되거든요.



⠀ 전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사례, 태풍





태풍

과 같은 거대한 기상 현상에서는 전향력이 작용하는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변기나, 욕조, 세면대에서의 상황에 비해 태풍(허리케인)과 같은 종관규모의 대기 현상은 변기 굴곡과 같은 외부의 구조적, 물리적 영향보다 전향력을 크게 받기 때문 입니다.

▶ 종관규모 : 대기 순환 규모를 나타내는 표현 중 하나로, 공간의 규모 및 시간 규모가 커지는 정도에 따라 지구 규모> 종관 규모 > 중간 규모 > 미규모 순으로 분류된다. 종관 규모는 일기도에 표현되어 있는 보통의 이동성 고기압이나 저기압의 공간적 크기 및 수명을 말한다. 수평 방향의 규모는 1,000km, 연직방향의 두께는 10km이다.

고기압은 공기를 기압 중심에서 바깥으로 밀어내 이동 방향의 오른쪽으로 전향력을 받습니다. 따라서 북반구의 고기압은 시계 방향, 남반구의 고기압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데요. 태풍(허리케인)과 같은 저기압은 고기압과 정반대 특성을 보입니다. 유체가 바깥에서 중심으로 이동하며 전향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앞서 설명한 풀장의 원리처럼 북반구에서는 시계 반대 방향, 남반구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회전 하는 것이죠.


변기 물이 흘러내려가는 방향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었죠?
덩달아 물이 흘러 내려가는 방향, 태풍의 회전방향에 대해서도 전향력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이해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